파닉스 없이도 가능한 엄마표 영어 루틴!
듣기-읽기-말하기로 구성된 하루 30분 영어습관 실천법을 소개합니다.
1. 영어 듣기 루틴 : 매일 10분, 꾸준한 듣기 노출이 영어 뇌를 만든다
제가 두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 느낀 점이 있어요. 말하기나 읽기보다 가장 먼저 필요한 건 '귀 열기’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아이가 영어 소리를 부담 없이 받아들이도록 해주는 게 시작이더라고요. 그래서 가장 먼저 매일 10분씩 영어 듣기 시간을 정해두었어요. 하루 10분은 짧지만 매일매일 반복되면 뇌에 영어 리듬이 쌓이는 시간이 됩니다. 그레첸 루빈(Gretchen Rubin)이 쓴 책 《The Happiness Project》에 보면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By doing a little bit each day, you can get a lot accomplished.” (매일 조금씩 하면,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 10분이 작은 시간 같아 보여도 매일 10분이 쌓이면 장기적으로 엄청난 양이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아침 식사 후 10분 동안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어 애니메이션을 틀어줍니다. 처음에는 쉬운 일상 영어들이 많은 것들은 추천합니다. 페파피그나 까이유처럼요. 또는 한국어로 먼저 본 적 있는 콘텐츠의 영어판을 보여줘도 됩니다. 친숙한 스토리라 영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더라고요. 무조건 새로운 영어 콘텐츠보다는 이미 아는 내용을 영어로 접하게 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었어요. 영상을 보여줄 때는 집중할 수 있도록 화면이 작은 스마트폰보다는 화면이 큰 태블릿으로 봤어요. 이처럼 영어 듣기 루틴은 시간보다 ‘매일 한다’는 습관 형성입니다. 매일 10분씩 듣는 아이는 영어를 익숙한 소리로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2. 영어책 읽기 루틴 : ‘읽을 수 있는 책’보다 ‘재미있게 들을 수 있는 책’
아이들에게 영어책을 읽힐 때 처음 실수했던 건, “읽을 수 있는 수준”을 너무 높게 잡았던 점이었어요. “이 정도면 읽겠지?” 하고 가져온 책을 펼쳐보면 아이들은 처음엔 흥미를 보이다가 금방 지루해하고 덮더라고요. 그러면서 느낀 건, 영어책은 아이가 읽기보다 ‘이해하며 듣기’ 좋은 책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바꾼 방법은 매일 10분, 영어 그림책을 같이 읽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잠자리에 들기 전 영어책 1권, 한글책 3~4권 정도로 잡았어요. 낮동안 2~3권 추가로 더 읽어줬습니다. 수준은 AR 1.0~2.0대로 맞췄어요. 가장 어려운 점이 아이들이 흥미 있게 볼 책을 고르는 일일 텐데요. 여러 책을 보다 보면 자연스레 아이들의 흥미 있는 분야를 알 수 있습니다. 그만큼 시간과 시행착오는 필요합니다. 저희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영어책은 단연 'press start' 였어요. 이 시리즈는 아이가 좋아하는 게임 형식이라 그림도 친숙하고 내용도 쉬워서 “영어책도 재밌다”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딱 좋았어요. 음원을 들으며 따라 읽기도 했지만 처음에는 거의 제가 다 책을 읽어주며 함께 봤습니다. 재밌게 본 책은 아이들이 여러 번 반복해서 보는데 반복을 통해 내용을 기억하고 영어 표현을 스스로 말하기 시작하기도 했어요. 책의 내용을 이해하게 되면 아이도 점점 재밌게 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읽기 시간은 ‘영어 공부’가 아니라 ‘놀이’처럼 책을 즐기는 게 핵심이에요. 영어보다 결국은 책 읽기가 우선이 돼야 합니다. 주객이 전도되면 결국 아이는 영어책을 공부로 받아들이는데 그렇게 되면 영어가 또 싫어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죠. 즐겁게 재밌게 영어를 받아들이는 게 중요합니다.
3. 말하기 루틴 : 인풋이 쌓이면, 어느 날 툭 튀어나오는 한마디
영어 말하기는 부모 입장에서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영역이에요. 왜냐면 저희도 어릴 때부터 영어를 수년간 배워왔지만 입 밖으로 내뱉는 게 참 어렵기 때문이죠. 따라서 저도 "아이가 영어로 말을 해야 하는데, 뭘 어떻게 도와줘야 하지?" 고민도 많았어요. 우리는 너무 완벽한 문장을 말하려고 하다 보니 늘 제자리걸음입니다. 따라서 아이에게도 완벽하게 말하게 하려고 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뱉기만 해도 충분하다고 알려줬어요. 또한 충분한 인풋이 쌓여야 아웃풋이 나온다는 것도 계속 명심해야 합니다. 매일 듣기와 읽기로 영어 인풋을 충분히 채워주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하루 10분 애니메이션을 보고, 짧은 그림책을 함께 읽고 나면 그 안에 포함된 표현들이 머릿속에 서서히 쌓이게 됩니다. 말은 시키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영어가 아이 마음속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다는 믿음이 있었죠. 그렇게 영어가 차곡차곡 쌓이고 나니 어느 날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가 “Let’s go outside!”라고 말하는 순간이 왔어요. 놀랐던 건 그 문장이 영상 속 캐릭터가 했던 말이란 걸 아이가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심지어 어떤 날은 "Stop right there!" 같은 표현을 동생에게 장난치듯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건 외운 게 아니라 스스로 꺼낸 영어였어요. 저는 이 경험을 통해 확신했어요. 아이가 영어를 말하게 하려면 먼저 영어를 듣고, 보고, 익숙해지도록 충분한 인풋이 쌓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다음에는 어느 순간, 아이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영어 한두 문장이 툭 튀어나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발화 자체보다 영어에 대한 거부감 없이 입 밖으로 내뱉는 경험이에요. 틀려도 괜찮고 완벽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아이가 영어를 ‘자신 있는 언어’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이 말하기 루틴의 진짜 목표라고 생각합니다.